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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언어재활사로 일을 할 시 아동들을 두 세명씩 엮어서 소그룹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수업에서 가끔씩 미술 소재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얼마전 사회복지 자격증 획득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로 실습을 갔을 시 미술수업 진행을 보조해준 적이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출강나오는 미술선생님은 참으로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아동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떠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가를 안다는 것은 그분의 축적된 노하우때문인 것 같다.
보는 것은 쉬우나 내가 직접하기는 왠지 어려운 듯 느껴지는 미술치료
문과적 성향이 강한 나에게 있어 미술과 음악 등의 예술 분야는 조금은 소원하게 아득하게 미지의 분야로 느껴진다.
미술을 잘하는 이, 음악을 잘하는 이들에게 동경을 지니고 있는 나에게 아파트 도서관 임원진 멤버가 내게 책을 소개해주었다. 책의 제목은 미술치료 요리이다. 제목처럼 미술치료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에 관한 안내책이다.
나 또한 재활을 담당하고 그러한 것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으로써 책의 내용 중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있었다.
이 중에서 몇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잘 들어주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난 한마디도 안했는데"
미술치료 또한 미술이라는 제재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보다듬어주는 심리적 접근이다. 상담의 가장 큰 부분이 경청이듯이.. 잘들어준다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잘들어 준다는 것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만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어느 만큼 솔직하게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잘들어주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단지 내담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지, 하는 마음 하나로 그저 '말씀해보시죠'라는 자세만 취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썰렁해요'
썰렁한 분위기는 내담자의 침묵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짧은 한두 마디 말을 끝으로 내담자가 침묵할 경우, 치료사는 그 침묵의 의미를 판단해야 한다. 치료사에 대한 저항이나 치료에 대한 거부인지, 혹은 불안해서 말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이런 사람도 치료해줘야 하나요? '
이 이야기에서는 학벌이 좋은 환자들로 구성된 집단을 대상으로 병원에서 그룹치료를 한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다. 그 집단의 한 구성원이 시험하듯이 미술치료사에게 미술사조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치료사가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믿음과 자신감이 있으면 다루어줄 수 있는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환자의 현학적 질문들은 결국 "당신이 나를 치료할만한 존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의 또 다른 형태이며, 이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대하는 것이 최선임을 말하고 있다.
나의 직업은 미술치료와는 다르다. 나는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에 관한 영역을 다루는 것이며, 언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고 사고를 촉진시켜주는 역할이다. 물론 대상자의 여러 가지 여건 상 다르리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일단 우리 직업 또한 내담자를 잘 관찰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며, 부모와의 상담 시 위에 제시한 경청, 분위기 전환, 그리고 고압적인 부모의 태도 등을 마주칠 때 적용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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