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가 아주 많이 급속도로 변했다.
내가 공부를 하던 시대는 종이책이 전부를 이루었으며 학교에 사물함도 없어 늘 책가방을 무겁게 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가방 또한 지금처럼 백팩이 아니라 어깨에 매는 가방이었다.
그러다보니 양 쪽 어깨가 똑 바른 것이 아니라 책가방을 많이 매고 다닌 곳은 약간 어깨가 처져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또 다른 길을 모색해볼까 싶어 또 대학원을 진학했다.
동기들 중에는 나랑 띠동갑 이상 나의 자녀 뻘 나이의 샘들도 있었다.
그들의 제 빠른 선택이 그들의 젊음이 참으로 부러울 따름이었다.
대학원 과제를 하면서 나는 열심히 논문을 출력했다. 종이책과 더불어 전자책이 나오고 문헌 또한 컴퓨터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시대이기때문에 굳이 출력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에게 익숙한 것은 책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잉크의 흔적이 느껴지는 줄을 그으며 메모할 수 있는 종이로 된 책과 출력물이었다. 그러나 20대 샘들은 컴퓨터만을 들고 다니며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참 .. 세대격감.. 세대차이가 느껴졌다.
나의 집에는 책꽂이만 10개가 넘는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악착같이 모았던 책들.. 그리고 사보았던 책들..
한 번 신랑이 책을 정리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내 책을 정리할 수 없었으며,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들을 버리면 나의 역사가 부정되는 것 같아.. 사실 이 책들이 언제금 다시 쓰일 날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마음 속 희망은 이 책들을 다시 요긴하게 쓸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집이 아닌 연구실에 안착하기를 바라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꿈을 꾸어도 될까? 라는 의문을 품고서 나는 책을 버리지못한다. 언젠가는 나도 저서를 내리라 결심하면서..
나처럼 책을 잘 버리지못한다는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
그녀는 <독서와 일본인>이라는 일본의 독서사를 다룬 원고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하였다.
"종이책 이전에도 기원전 4000년의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서 시작하여 고대 인도의 나뭇잎 책, 이집트나 그리스의 파피루스 책, 중국의 죽간본, 중동이나 유럽의 짐승가죽 책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하였다. 여러 시대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는 자연물에 정착시켜 그것을 말거나 철하거나 한 것이다. 그것이 인류에게 있어 책이었다. 21세기 서두에 이질적인 책들이, 돌연대량 판매 상품으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명멸하는 빛의 점으로 만들어 휴대가 가능한 것, 정착은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그것이 전자책이다. "
그녀가 이러한 인용에서 밝혔듯이 현재의 전자책은 휴대가 가능해도 정착은 할 수가 없다. 매체에 접근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종이책에 종이에 집착하는 나 어쩌면 구식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손을 뻗으면 볼 수 있고, 내가 그 책을 보았노라 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는 종이책이 좋다. 마치 오래된 도서관 장서 앞에 마주치는 책의 냄새와 더불어 도서관 공간을 압도당하는 서가의 묵직함, 웅장함이 좋은 나는 구식의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책을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전 하나라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0) 2019.06.11 천천히 읽기 그리고 생각하기 (0) 2018.06.04 미술치료 (0) 2018.04.03 언어의 온도 (0) 2018.03.14 라틴어 수업 (0) 2018.03.07